2024. 8. 24. 12:49ㆍ경제
쓰레드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보면 사회비판글을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글들은 근거가 없는 선동하는 글이거나, 지나치게 정치적인 글들이라 보기가 싫다. 최근 임금과 집값의 변동표를 쓰레드에서 봤었다. 임금 상승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에 출산율이 오를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실제로 국민일보 기사에 의하면 월평균 실질임금이 10년간 19% 올랐던 반면에 서울시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148% 올랐다고 한다. 소득대비 집값비율인 PIR은 2012년 9.5배에서 2022년 11.9배로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같은 시기 합계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3명에서 0.78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기사 내용과 통계청 자료에 오류가 없다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실질임금 상승률보다 높을 때 출산율은 하락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자료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만이 주거 가능한 장소가 아니다. 물론, 출산하기에는 좋지 않은 선택이지만, 원룸 또한 주거 옵션이 될 수 있다. 또한 서울에 출근하는 사람일지라도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대한민국 지역별 인구 비율이 기형적이지만, 수도권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많기에 서울 아파트 가격만을 고려해서는 아니 된다. 마지막으로 2012년에서 2022년 사이 매년 주택평균매매가는 상승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2012년은 2011년 대비 주택매매가가 동일했다. 2019년은 2018년 대비 0.4% 하락했으며, 2022년은 2021년 대비 주택 매매가가 4.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은 0.63%, 4.01%, 0.95% 상승했다. 물론 주택매매가는 인플레를 고려해 실질임금과 비교해야 된다. 실질 임금 변동률은 2012년 -1.57%로 주택가격의 하락 대비 더 많이 내려갔다. 2019년은 실질임금이 3.60% 상승했다. 2022년은 실질임금이 4.15% 하락했지만, -4.7% 대비 선방했다. 10년 동안 주택매매가 보다 실질임금이 높았던 해는 5개년이었다. 실질임금과 주택매매가가 오르고 엎치락뒤치락할 동안, 출산율은 꾸준히 내려갔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소비자 물가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 주택은 일회성 소비로 끝낼 수 있다. 재산을 불릴 목적이 아니라면, 추가적인 주택 소비는 필수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매일 먹고 마셔야 한다. 그 외에도 필수품과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 모든 중요 상품과 서비스를 고려한 인플레를 소비자물가지수 (CPI)라고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고정변수로 둔 뒤, 주택매매가와 임금상승의 차이를 고려해야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욱 정확히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매매가격에 대한 데이터는 한국부동산원에서 구했으며, 소비자물가상승률과 합계출산율은 통계청에서 구했다. 임금에 대한 데이터는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구했다. 해당 미가공 데이터는 밑에 첨부하겠다.

독립변수 (Fertility_t)를 합계출산율로, 종속변수 (R_t)를 임금변동률과 주택매매가 변동률의 차이로 두었다. 고정변수(I_t)로는 소비자물가 변동률로 하였다. Fixed effects 모델을 활용하여 회귀분석을 돌려보았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다. 소비자 물가에 변화가 없을 때, 임금 상승률이 주택가격 상승률 보다 높아진다면, 출산율이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금상승률이 주택매매가 상승률보다 1% 더 높게 상승했을 때, 합계출산율은 0.0168이 올랐다. P값은 0.01248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다. 합계 출산율이 매우 낮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측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보여준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15세에서 49세 (가임기) 여성의 수는 11,519,661라고 한다. 0.0168이 오른다는 의미는 193,530.3048명의 출생아 상승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0.78인 수준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물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경제의 성장을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표를 받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위한 극단적인 선택들은 독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동산 가격에 의한 경제 성장과,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력감소 중 어떤 것을 잡아야 될지 옳은 파단을 할 수 있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